SF소설에서 느낄 수 있는 우주적 공포는 더 깊고 어두운 무언가를
상상하게 만들어주는 매력적인 공포지만,
귀가 후 집에 들어와 마음을 쉬고 싶을 때나, 양말을 짚었을 때 거기서 떨어지는
바퀴벌레는 이 집이 어디까지 잠식된 건지 상상해야하는 불쾌한 두려움을 주네요..
거기에 하루 5마리 정도는 꾸준히 죽이기 위해 뿌리는 에어로졸 등은
경제적으로도 뜻밖의 손실입니다.
아빠가 살고있는 연립주택도 분명 낡고 오래되었지만
1년에 바퀴벌레를 한 번 볼까 말까했습니다. 대신 화장실에서 집게벌레를
가끔 보았는데, 크기도 작고 화장실 밖에서는 안 보였기에
부담스럽지 않았습니다. 아마 다른 벌레나 곰팡이를 먹어주는 집게벌레가
바퀴벌레의 천적이 되어준 거라 생각합니다.
낡은 집에서 어느 한 벌레종이 주도권을 쥔다면,
아무래도 바퀴벌레보다는 거미나 집게벌레가 좋지 않을까요.
특히 거미는 '이건 익충이네'하고 문득 떠올랐던 수년 전부터
가까이 와도 발에 안 밟힐 안전한 곳으로 옮겨주고 있습니다.
다행히 현재는 바퀴벌레의 시체도 안 본 지 꽤 되었는데요.
여기에 바퀴벌레 군단에 마음 졸였던 전투의 기억을 더듬어
기록을 남겨두고자 합니다.
여기 소개하는 방법 중에 필수이자, 퇴치효과의 9할을 차지하는 방법입니다.
이 독먹이 방법은 필수이고 아래 소개하는 방법들은 옵션에 가깝습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진통제 '아스피린'과 국내에선 연고제 '마데카솔'로 알려진
독일 제약사 '바이엘'의 바퀴벌레 퇴치 제품입니다.
안에 갈색의 점성이 있는 젤이 들어있습니다. 이걸 먹이캡▲ 같은 곳에 쥐어짜서
바퀴벌레가 좋아할 어둡고, 습기차고, 구석진 곳에 둡니다. 젤을 섭취한
바퀴벌레가 1차적으로 죽고, 약성분이 남아있는 시체를 새끼나 다른
바퀴벌레가 먹으면서 도미노 효과로 살충하게 됩니다.
이 제품을 쓰면서 어떻게 페스트와 같은 역병이 그토록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갔는지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하수구나 집밖의 병균과 오염물질을
집안 곳곳에 옮기는 바퀴벌레를 독먹이 연쇄효과로 죽이다니, 정말 멋진
카운터 펀치가 아닐까요?
쌀 1~2톨 정도, 조금 적다 싶을 정도로 짜는게 오히려 효과적이라 합니다.
맥스포스 겔과 같은 독먹이로 효과를 보려하면 절대 에어로졸 살충제는
함께 사용하면 안 되는데요, 이는 '다 된 밥에 재뿌리기'하는 것으로,
당근과 채찍을 병행할 수는 없습니다. 당근이 독 당근이니 채찍은 믿고 거두어 둡시다.
맥스포스 제품은 여러 시리즈가 있는데, 집에 이미 기존 제품이 있는 게 아니라면
바로 '쎌렉트겔'을 사용하는게 좋습니다. 용맹한 바퀴벌레들 중 일부는 그 유인하려는
'맛'에 저항이 생긴 녀석도 있다고 합니다. 살충제도 함께 진화중으로, 이전 모델은
약이 안 먹힐 수 있으니 비교적 최근의 맥스포스 시리즈로 바퀴벌레의 구미를 당겨줍시다.
처음 사용한 1주간은 구석진 곳에서 바퀴벌레 시체가 꽤 나왔습니다.
그래도 바퀴벌레가 듬성듬성 나타나서 불안감을 주었지만, 2주 정도 지나니
바퀴벌레가 안 보입니다. 에어로졸만 뿌렸다면,
'202호 녀석 지독하네. 그럼 오늘은 옆집이야.'하고 영악하게
물러섰을 바퀴벌레지만, 죽음의 역병을 뿌렸으니 집을 비워도 안심입니다.
저렴한 편은 아니지만, 그 값어치와 이름 값은 해내는 살충제라 봅니다.
2. 하수구 트랩
바퀴벌레는 외골격이 유연한 여러 개의 판으로 구성되어 최대 몸무게의 900배 압력에도
순간 납작해지지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합니다.
때문에 좁은 틈을 잘 파고들어서, 작은 녀석들은 하수구나
화장실 문의 좁은 틈새가 있다면 넘나들 수 있는데요.
처음엔 '물이 그렇게 자주 흐르는 곳에 바퀴가 돌아다니겠어?'하며 반신반의했지만,
화장실에 하수구 트랩을 설치하면서 그곳이 생각보다 넓은 걸 알게되어
충분히 수긍할 수 있었습니다. 설치도 간편합니다.
물이 흐르지 않을 때는 하수도와 차단되고, 물이 흐를 때만 무게 때문에
열리는 구조입니다.
하수구 트랩은 악취도 차단해 주기에, 바퀴벌레 걱정 없으신 분들도
이참에 하수도와의 경계를 분명히 해보시는게 어떨까요.
단점으로는 배수량이 줄어들고, 설치 후에도 가끔 바퀴벌레가 보였습니다.
그건 아마 하수구가 아닌 화장실 구석의 벌어진 틈새에서 온거라 생각합니다.
3. 박스종이와 바닥 청소
바퀴벌레는 부대끼는 좁은 공간을 좋아합니다.
택배로 받은 종이박스는 습기를 잘 머금고, 알 낳기에도 좋습니다.
따라서 쌓이는 족족 밖으로 버려야 합니다.
또한 바닥에 빵 부스러기 같은 음식물 조각을 자주 쓸어 없애야 합니다.
바퀴벌레는 음식물 찌꺼기를 땅으로 환원시키는 이로운 역할을 하지만
그 무대가 우리 집이여서는 곤란하겠죠?
우리가 딱히 먹을 만한 게 없을 때 라면을 끓이는 것처럼,
바퀴벌레도 먹을 만한 음식물 찌꺼기가 없어야 맥스포스 겔을 먹게 됩니다.
4. 천장 모서리 틈새, 에어컨 호스, 싱크대 서랍, 싱크대 바닥 하수구.. 작은 전쟁터들
저의 원룸 같은 경우는 천장 모서리가 약간 벌어져 있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컴퓨터 사용 중에 벽을 타고 위에서 내려오는 바퀴벌레에 식겁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닙니다.
또한 벽걸이형 에어컨의 배수 호스 또한 바퀴벌레 이동경로로 의심되었는데,
실제 방역업체에서도 에어컨 물 호스 부분에 약을 치는 군요.
싱크대의 여닫이 문 내부는 어둡고, 물이 흘러서 습기가 있고, 알을 까기 쉬운 구석진
공간이기에 바퀴벌레의 요새가 되기 쉽습니다. 저는 그 구석에도 독먹이캡을 두고,
싱크대 바닥의 물이 빠져나가는 호스 주변 벌어진 부분도 메꾸어두었습니다.
제가 상대한 바퀴벌레들은 통통한 독일 바퀴벌레 군단이었습니다.
전문가분들만큼 완벽하진 못하지만, 외부와의 경계선을 지키돼
진입한 바퀴는 독먹이로 연쇄살충을 노리는 방법으로 효과를 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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