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ndows, Linux.. 사람들은 거대한 용광로에 모여들어 키보드와
마우스로 그들이 생각하는 세계를 빌드해가고 있다.
작년만 하더라도 못난 나를 데리고 프로젝트를 함께해준 사람들 덕분에
교양과학서를 잊고 있었다.
내일이면 어떤 라이브러리를 인클루드해서 어떤 도구를 배울지,
그런 기대감만 있었는데..
하지만 오늘날 이렇게 저렴한 전기로 컴퓨터를 돌리며 무언가를
만들 수 있게 해준 물리학자들에 대한 고마움은 잊을 수 없다.
(이 생각은 7월 전기세를 보고나면 달라질 수 있다.)
인류 역사에서는 가까운 최근인 19세기에 '마이클 패러데이(Michael Faraday)'가
전자기 유도 법칙을 밝혀내면서 전기력과 자기력이 같은 힘,
전자기력의 양면임을 알게 되었다.
석탄이나 가스, 고효율의 원자력으로 끓인 물의 열에너지나,
또는 댐을 통해 얻은 순수한 물 자체의 위치에너지로
터빈을 돌릴 회전에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 터빈은 회전하면서 자석과 코일의
자기력으로 유도전류를 만들어낸다. 결국 자기력이 매개체가 되어
전기를 만들어내고 한국전력이 변전-공급해서 지금 눈앞의
모니터 불빛을 밟혀내고 있다.
- 30만 가구가 1년동안 사용하는 전력을 생산하는 충주댐
시대는 한 사람을 기다리고 한 사람은 일생의 순간을 기다리는 것 같다.
패러데이의 전자기 유도 법칙은 전력 생산부터 가전제품 내부의 변압기까지 닿아서,
가정용 220V 교류를 컴퓨터의 12V 직류로 변환하는 역할까지 이루어냈다.
이제 메인보드에 전원이 들어왔다. 그렇다면 컴퓨터 내부는 무엇의 유산일까.
'양자(量子)'라는 말을 처음 접한 순간을 기억한다..
때는 게임하는 시간이 자는 시간보다 길었던 초등학생 시절.
'Blizzard' 사의 'Starcraft'는 발매일이 무색할 정도로 여전히 사랑받는 SF 전략게임이다.
지금봐도 생동감 넘치는 유닛들의 움직임을 그당시 TV경기로 보면서 내가 아빠를
가만히 둘리가 만무했다. 그당시 내 컴퓨터는 아빠의 적이었지만,
여느 게임과 다르게 하루종일 붙잡고있어도 질려하지 않았으니
아빠도 가성비면에서는 내심 만족했으리라 본다.
오리지널 게임 설명서에는 일부 유닛과 건물의 명칭이 한글화되어있었는데,
프로토스 종족의 유일한 방어타워 'Photon Cannon'의 한글명칭이 '양자포'였다.
현재의 공식 한글화 명칭인 '광자포(光子砲)'라고 했다면, 빛 '광(光)'자와 미칠 '광狂'자의
느낌은 알던 내가 그나마 이해했을 것이다. 여튼 전투순양함의 '순양'의 의미를 몰라도
야마토포를 날릴 수 있는 것처럼, 나는 '양탄자처럼 바닥에 깔려있어서 양자포인가?'하고
찰나의 의문을 가졌을 뿐이었다. 그로부터 7년이 지난 뒤, 고등학교 도서관에서
'엘러건트 유니버스 (Elegant Universe)'를 집어 들고서야 양자라는 말을 이해했고,
양자포를 추억하며 고개를 끄덕일 수 있게 되었다.
이중성을 가진 빛이 입자의 성질을 가질 때 불리는 광자 또한 양자의 하나이다.
'Quantum Cannon'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었다. 파동일 때는 전자기파만의,
입자일 때는 광자의 성질만을 가지는 두 얼굴의 빛은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을
증명하는 중요한 도구이다. 양자는 에너지가 정수배로 나뉘어 '헤아릴(量)' 수
있는 최소단위를 말한다. 오늘 소개할 책, '일상적이지만 절대적인 양자역학지식 50'은
광자와 같은 미시세계의 소립자를 도구로 우주를 이해하려는 양자역학 이론을
소개하고 있다.
('SlideShare'라는 사이트에서 간결하게 빛의 이중성을 설명하는 '우희록'씨의 슬라이드 중 일부를 첨부합니다.
혹시 문제된다면 바로 내리도록 하겠습니다. [링크] )
컴퓨터의 논리회로를 구성하는 트랜지스터의 반도체 성질 역시 양자역학이 관여하고 있다.
논리연산은 1과 0을 오가며 모니터에 초록, 파랑 등의 수많은 색을 나타내거나,
스마트폰 메모리에 오늘 마트에서 살 물건들의 정보를 글자로써 저장한다.
트랜지스터가 축전기에 전자를 넣거나 빼면서 0과 1의 데이터를 다루는 것도
양자인 전자를 이해하는 양자역학의 중첩상태와 배타원리가 필요하다.
(중첩 상태는 모든 가능한 결과의 중첩이다, 베르너 하이젠베르크(Werner Karl Heisenberg)의
불확정성 원리에 따라 관찰자는 입자의 위치와 운동량, 2가지를 정확하게 알 수 없다.
타겟 양자의 위치를 알려면 양자인 광자를 쏘아서 우리가 '감지'할 수 있어야 하는데,
광자를 맞은 양자는 운동량이 달라져버린다. 양자역학 세계에서 관찰은 여러번의 관측을 통한 기댓값과 통계적인 예측만 가능하다.)
(에르빈 슈뢰딩거(Erwin Rudolf Josef Alexander Schrödinger)가 불확정성 원리에 대한
반박으로 '그럼 50%의 확률로 독가스가 풀리는 상자 안의 고양이는 죽었으면서
동시에 살아있는 것인가?'한 것이 사고실험, 슈뢰딩거의 고양이다.)
사실 '일상적이지만 절대적인 양자역학지식 50'을 읽게 된 계기는 수십권의 교양과학서를
읽으면서 '이해만해온'.. 양자역학을 환기하기 위해서였다. 하루종일 컴퓨터에 매달려있는
내가 원천기술인 양자역학에 대해 가질 수 있는 지식은 수학이 결여된 개념적인 무언가
뿐이었다. 물리학자들의 지혜에 매료되어 자연계를 선택하고, 컴퓨터공학도로서 공부해온
것이 후회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양자역학이 시대를 변화시켜가며, 양자컴퓨터 같은
다음 세대의 도구를 낳는 것을 가능한 가까이에서 쫓고 싶었다. 누군가 나에게
프로그래밍 없이 컴퓨터를 이해시켜준다고하면 고마울 수는 있으나 만족하기는
어려울 것이었을 텐데.. 왜 이제서야 수학적 개념을 잡기 시작했는지 하는 아쉬움도 있다.
그러던 중 수학을 배제하지 않고 양자역학을 설명하는 책을
주문하면서, 양자역학의 역사적 개념을 가볍게 상기하기 위해 함께 주문한 책이
오늘 소개하는 '일상적이지만 절대적인 양자역학지식 50'이다.
그런데 단순히 읽었기에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272쪽이라는 조금 의구심이 들었던
분량 안에서 정성이 들어간 압축력을 느꼈기 때문이다.
여태까지 접해온 교양과학서는 적어도 500여 쪽에, 처음 읽을 때는 세상에 대한 이해를
뒤집어놓기에 10장만 읽어도 잠이 오는 난해함이 있었다.
(수면을 위한 용도로 읽은 적도 있었다. 만일 숙면을 찾는분이 계신다면
대부분의 책이 포함하는 '이중슬릿 실험' 파트를 추천한다.)
수학을 최대한 줄이고 일반인을 위해 물리학을 설명하는 교양과학서 수준이 이러하기에
보통 책한권을 차분히 읽기 위해서는 방학 단위를 들이거나 군시절에는 취침시간과
근무시간을 활용했다. 그런데 272쪽에 양자역학을 소개한다니..
이 책의 간결함을 위한 노력을 설명하기 전에 우선 기존 교양과학서들에서 보여졌던
이야기 패턴을 말씀드린다면.. 만약 서점에서 나와 같은 일반인이
'숨겨진 차원, 그리고 궁극의 이론을 향한 탐구 여행'이라는,
마치 펼치면 어릴적 게임에서나 보았던 판타지 세계가 펼쳐질 것 같은 표지문구에
눈길이 가서 두꺼운 책을 펼쳤는데,
강한 중력원 근처의 시공간이 굽어진다고 이야기하는 상대성 이론이나,
살아있으면서 동시에 죽어있는 고양이를 이야기하는 양자역학부터 본다면..
아마 대부분 책은 제자리로 돌아갈 것이다.
물리학자는 일반인을 자신의 세계로 유도하기 위한 배려로 대부분 뉴턴부터 시작한다.
교실에서 그 어느땐가 들었던 기억이 있는 만유인력의 법칙, 책을 든 손에서도 느낄 수 있는
중력의 세기. 뉴턴이 서술한 중력에서부터, 포스팅 서두에도 소개했던 패러데이와
멕스웰 등의 노력으로 19세기에 윤곽을 드러낸 전자기력, 20세기에 아인슈타인이 뉴턴의
절대적 시간과 공간을 뒤엎고, 물렁물렁하게 만든 상대적 시공간 위에서 밝혀낸 중력의
본색, 그리고 원자핵 내부에서 입자의 붕괴나 결합을 이끄는 강력과 약력까지.
역사적 성취 순서를 따라, 재치있는 비유로 우주를 구성하는 4가지 힘을 소개하려하기에
500여 쪽이 넘게 필요한 것이다. 짧은 책들은 '뉴턴 사이언스' 과학잡지처럼 최신동향을
소개하며 특정 주제를 중점적으로 다루거나, '초끈이론의 진실'처럼 이미 배경지식이
있는 사람들 앞에서 저자의 생각을 주장하는 경우들이었다.
그리고나서 저자에 따라 자신의 주력 연구분야인 초끈이론을 소개하거나, 초끈이론을
반박하면서 양자역학에 가능성을 두거나 하는 전개가 생긴다.
('초끈이론'은 태양, 은하의 중력을 다루는 거시세계 관점의 상대성이론과,
원자내부, 광자와 전자 등의 미시세계 관점을 다루는 양자역학을 통합하려는 이론이다.
사물을 구성하는 최소 단위가 입자가 아닌 진동하는 끈으로써, 이들의 모양과 진동에
따라 눈앞의 사물이나, 의자에 앉게 만드는 중력 등의 힘이 생긴다고 주장한다.)
물리학자들에겐 하나의 이론이 자연계의 4가지 힘을 통합해 설명할 수 있는
'통일장 이론'이 중요한 결실인듯 보였다. 초끈이론은 그 후보 중 하나이다.
그런데 그런 풀어쓰는 전개 없이도 나는 이 책에서 충분한 보람을 느꼈다.
책은 물리학자들의 일생과 업적을 조명하는데 별도의 공간을 할애하며
징검다리 식으로 이야기를 서술해나간다. 그 점이 마음에 들었던 것은,
두꺼운 책에서는 다시 읽어보고 싶은 부분을 찾기가 쉽지 않다. 소개하는
항목을 세세하게 나누면 목차가 길어져서 오히려 지저분해 보일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길지않은 분량에 항목을 개념 단위로 세세하게 나누어
머릿속에 '인물'과 '개념'에 대한 목차가 생기게 해준다. 물리학자의 삶에 대한
이야기는 책을 읽고 난뒤 따로 인터넷을 따로 찾아보지 않으면 알기 어려운데,
책은 그런 부분을 알게되는 소소한 재미가 있다. 최초로 '양자(quanta)' 라는
개념을 만들고, 빛의 에너지가 빛의 주파수 f와, 플랑크 상수 h의 곱, 즉 정수배라는
플랑크 관계식()을 밝혀낸 독일인 막스 플랑크(Max Planck)가 학창시절에
음악도가 되려했고, 1-2차 세계대전으로 두 아들과 아내를 잃고도 독일의 물리학
연구를 복구하려 독일에 남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의 이름을 기린 독일
막스 플랑크 연구소 소속 과학자들은 오늘날 단일기관으로 세계 최다인 32번의
노벨상을 수상했다.
이해에 필요한 배경 지식을 함께 설명하면서도 말미로 갈수록 양자역학에 대한
색이 짙어지면서 제목을 보고 책을 집어들었던 사람들의 입맛도 만족시켜 준다.
나의 경우에 두꺼운 책에서는 중점적으로 다루지 못했던 부분들을
2~3장의 필요한 개념 단위로 챙겨갈 수 있는 점이 좋았다. 분량이 많은 책을
읽은 뒤 내용과 체계를 환기하거나, 두꺼운 책을 읽기전에 지도가 필요하다면
추천하고 싶다.
- 스위스 제네바의 CERN(유럽 입자 물리 연구소) 소관 가속기 LHC
CERN은 컴퓨터 영역에서도 'WWW(World Wide Web)'를 만든 것으로 유명하고,
LHC를 통해 2013년 힉스 입자를 관측했다.
리뷰를 쓰면서 이 책의 단점은 역시 축약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막상 그런 부분을
펼쳐서 다시 읽어보니 그 이상 살을 덧붙이는게 오히려 어색하리란 생각이 들었다.
입자가속기는 입자를 가속한 뒤 충돌시켜 그 파편에서 세상을 구성하는 새로운 입자를
찾는다. '스위스 시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알아내기 위해 시계를 부수는 것과
비슷하다'라고 비유한 리처드 파인먼(Richard Phillips Feynman)의 말은 그것만으로도
짧고도 마음속에 와닿는 표현이었다. 거기서 시계를 냉장고로 비유하며 더 나갈
필요는 없을 것이다.
여기서 책에 대한 소개를 마칠까한다. 내가 어렴풋이 아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소개하기
위해 인터넷을 뒤지느라 머리가 어지럽다.. 최근에 게시한 글에서 사람들과 소통이
가능해서 뿌듯했다. 네이버 블로그 팔려고 아이디 안 찾아도 될지도..
다시보니 넋두리가 너무 길다. 다음 독후감엔 관련없는 내용은 줄여야겠다..
최근에 TV광고로 '퀀텀닷 TV'가 자주 보인다. 양자처럼 미세하게 작은 색까지
표현한다는 비유인줄 알았으나, 정말 그 양자가 맞았다. 책에서도 다룬 양자점은
수십 또는 수백 개의 원자로 이루어진 실리콘 반도체 조각으로, 양자 작용으로
RGB 빛을 만들어낸다. '양자모니터'를 넘어 '양자컴퓨터'의 응용기술로도
다른 후보들에 비해 가능성이 높아보였다. 트랜지스터가 한 시대를 지배한
진공관을 전신으로하듯, 양자컴퓨터도 오늘날 기술의 상징인 반도체를
모체로 나타나는 것이 자연스러워보였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